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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07
잔차품残次品
# BL # 소설
비엘을 떠나 나한테 제일 좋아하는 소설 꼽으라고 하면 주저없이 말할 수 있는 작품....
22년 여름에 처음 읽었고, 그 뒤 소장판 단행본까지 샀지만... 번번히 2회차 재독에 실패하며 1권만 대여섯번정도 읽고 나가떨어지곤 했었는데
마감을 앞둬서인가? 갑자기 신내림 부스터를 받아 열심히 읽고있다... 8권에 진입했으니 재독에 성공했다 봐도 되겠지...?
원래 코멘트 달 게 별로 없을듯해서 재독 감상글을 따로 작성할 필요를 못느꼈는데 아무래도 갠홈이 제일 쓰기 편하다보니 그냥 판 깔았음
소설 카테고리에 내가 젤 좋아하는 벨소 두작품이 나란히 존재하는게 좀 기쁜듯도 해

시간이 지나 디테일은 많이 잊었지만, 완결권과 외전까지 이미 완독한 상태로 핵심 스포일러는 전부 인지중. 독자를 고려한 감상글이 아니라 개인 회고&아카이빙 용도라 스포일러 쿠션이 따로 없어도 전체적으로 스포성을 띰.
몰뇌, 미완독자라면 이 글을 읽지 않으시길 바라요.... 스포에 감상해치지 않는 타입이라도, 잔차품은 기회가 되면 사전정보 없이 온전히 느껴줬으면 해서
무튼 타래로 꾸물꾸물 잇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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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09
발췌“그럼, 우리 이제 하든과 도청기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

*

“마취제라.” 루비싱은 가볍게 숨을 터트리고는 린징헝의 손을 가만히 끌어당겨 그를 자신의 품으로 이끌었다. 그의 손이 린징헝의 척추를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마치 그 비 오는 날 밤에 소년이 입은 상처를 찾는 듯했다. 그가 입을 떼었다. “여기, 아직 아플 텐데. 그렇지? 마취제를 잘못 사용하면 후유증이 평생 따라다녀. 나도 알아. 나도 그렇거든.”

린징헝은 일순 멍해졌다. 하지만 이내 정신이 들었다. 루비싱이 손가락으로 누른 곳에, 칼에 찔리는 듯한 날카로운 통증이 해일처럼 덮쳤다. 이 고통에 린징헝은 등을 굽힐 뻔했다.

*

두 사람은 서로의 발자취를 쫓아 커다란 원을 그리며 걸었다. 그리고 다시 만나 얼굴을 마주 보았다. 상대의 몸에 묻은 고된 여정의 먼지와 상흔은, 마치 어디선가 서로를 만난 적이 있는 것처럼 익숙했다.

*

백은십위는 자유 선언에 충성하지만, 우리가 보기에 자유 선언의 줄기는 이미 말라 죽었어. 오직 제8성계에만 씨앗이 숨겨져 있지. 네가 몇 번을 흔들렸는지는 몰라. 하지만 이 씨앗은 네 손에서 싹을 틔웠고, 자라나고 있어. 백은십위가 아무런 이견 없이 제8성계 수비군에 편입된 것도 내 명령에 억지로 복종한 게 아니야. 제8성계… 그리고 너한테 끌린 거야. 알겠어?

*

“넌 안 그럴 거야.” 린징헝은 숨을 내쉬었다. “총장, 우린 네 인품을 믿고 제8성계에 남기로 했어. 만약 정말로 어쩔 수 없는 날이 온다고 해도, 우리는 네가 무의미한 죽음을 막을 거라고 믿는다. 네 곁을 선택했어. 너라면 모두를 더 나은 결말로 데려갈 수 있을지 모르니까.”

*

린징헝은 평생 한결같이 단호하게 결단을 내렸다. 모든 일을 혼자서 처리했으며 누군가와 상의하는 법이 없었다. 감정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일방적으로 총애했고 일방적으로 사랑했다.

그는 생애 처음으로 내려다보는 태도를 버리고 높은 무대에서 내려와, 다른 이에게 ‘우리는 너를 믿는다’고 말했다.

이는 늑대의 왕이 최고의 예우를 갖추어 머리를 숙이고 경의를 표하는 모습 같았다.

루비싱은 순간 호흡마저 잊었다. 심장은 곧 과부하가 걸릴 정도로 뛰고 있었다. 그는 조금 버벅거리며 말했다. “나를 믿는다고?”

“아니면? 단순히 내가 널 좋아해서 이러는 거겠어?” 린징헝이 말했다. “그래서였다면 진작에 그냥 널 묶어서 내 눈앞에 두고 지켜보면 됐지. 괜히 밖에 나가서 사고 치고 다니지 않게… 윽….”

*

굉음을 내며 떨어진 무거운 신뢰와 책임이 루비싱의 어깨를 짓눌렀다. 그러나 숨이 막혀 오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것들은 견고한 갑옷처럼 상처투성이인 몸을 떠받쳤고, 그에게 무엇과도 비할 수 없는 보호막을 주었다.

그는 곧 땅에 무릎을 꿇고 말 기사 같았다. 그러나 지금, 다시 검을 들어 올릴 용기가 생겨났다.


이 부분은 다시 보니까 더 좋네... 초회독보다 말도안되게 감동적이네...
어쩌면 첫 순간의 감상을 잊어버린것 뿐일지도 모르지만 잊었기에 이만큼 감동할 수 있는거라면 망각은 축복인거야

스포일러 주의

2025.11.09
아 열심히 보다 넥타이 사건에 집중력 흐트러짐
2024.12.19
프로게이머 고쳐쓰기 7권~完
# BL # 소설
한바탕 발췌하고 떠들다 보니 게시글이 길어져서...
이북 출간 기준으로 상편이었던 6권까지를 분리하고 7권부터 이어서 감상하는 타래

7권부터의 감상이기 때문에 쿠션과 관계없이 중후반부의 스포일러를 짙게 함유하고 있습니다.
블러 텍스트 영역은 클릭하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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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28
어휘력딸려서 계속 짱이다... 좋다... 이런 말만 반복하고있는게 민망하다 멀티플 안돼서 읽다가 중간중간 바로 오지도 못하고 권단위로 몰아서 감상쓰느라 표현도 더 빈곤해짐.... 근데 그래도... 이.... 영 암울한 시기에 ㄱㅡ 외전발매를 계기로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보게 되어 조금 더 기운낼 수 있었던 거 같아....
이제 난 망각이 두렵지 않아... 다음에 또 이 책을 읽게됐을 때 다시 생생한 감동을 느낄 수 있을 테니까 기억력 나쁜것도 도움이 된다
2024.12.31
이 관계가 얼마나 특이한지 인지하고 나니 갑자기 마음이 편해지는 것도 같았다. 유별난 것에는 유별난 속도가 있다고 한다면 우리 사이에는 이른 것도, 늦는 것도 없었으니까.

세상의 보편적인 표현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시작된 인연에는 그것에 어울리는 이름이 있었다. 마치 유별난 것들에게는 유별난 속도가 있는 것처럼.

좋아서 계속 생각나...

스포일러 주의

2024.12.15
프로게이머 고쳐쓰기 1~6권
# BL # 소설
조아라 연재 때 3부 (단행본 6권..?) 쯤까지 감상...
완결까지 e북 출간 후 2023년 7월 말 1권부터 완결까지 감상
2024년 12월 4일 외전 출간 후 12월 6일 경 외전 일독 완료
12월 13일부터 1권~ 재독 중... 재독 타래를 만들어 갱신하다 갠홈 활성화 겸 이쪽이 더 쓰기 편해서 리뷰게시판에 백업하기로.

이미 완결~외전까지 일독 마친 후 다시 읽는 것이기 때문에 회고성 강함. 쿠션 관계 없이 전체적으로 스포일러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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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19
발췌한마디로 완전히 축제였다. 그런 와중에 이 세상에서 가장 라이스를 사랑할 인준만 웃지 못하고 있었다.
*

뒷짐을 지고 서서, 오른쪽 소매에는 온갖 스폰서 로고가 덕지덕지 붙은 유니폼을 입은 그는.
끝으로 갈수록 힘겹게 입을 여는 듯 의식적으로 미간을 찌푸리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그곳에는.
아직 이준혁이 있었다.
*

때문에 인준은 자신이 라이스라고 증명하기 위해 처절한 그의 에임에도 더 이상 심란함을 느끼지 않으려 했다. 얼핏 팀을 믿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그의 플레이가 보기 힘들다 못해 괴로웠으나 힘들지 않으려고 했다. 그게 이준혁이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을 괴롭게 만드는 그의 모든 처절함이 전부 이준혁이었다.
*

이제 라이스는 나를 무너트릴 수 없었다.
나를 아프게 만들 수 있는 건 라이스가 아니었다.

CHICAGO PLATINUM WINS
더 이상 인준에게는 어떤 의미도 없는 말이었다.
2024.12.19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파트였을 것이다... 세번 보니 그렇게 힘들진 않네요 차라리 3~4권 쯤이 젤 괴로웠던듯ㅋㅋ 필리에 대한 호?감 을 시험당하는 기분이었음...... e북 1부 (연재구간상 3부) 분량까지 다 보니까 더이상 처음처럼 괘씸하고... 그러진 않는듯 7권 들어가면 또 다를지도.... 쌀발외전 제외하면 거긴 징짜 2번째로 읽는... 파트니까....
5권마지막에 크게 이준혁의 존재를 의식하고 몰아치는 상황속에.... 더이상 라이스를 라이스라고 타자화할 수 없게 된 박인준이 인상적인 6권이었음
박인준한테 큰 관심과 호감이 없어서(ㅠㅠㅠ) 계속 지나쳐왔는데 얘가 진짜 라이스를 좋아하긴 했구나
그래 이해한다 둘이 행복해라 서로 상대 방생하지 말고 둘이 오래오래 지내거라(물론 이 뒤로도 갈길이 멀긴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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