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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07
잔차품残次品
# BL # 소설
비엘을 떠나 나한테 제일 좋아하는 소설 꼽으라고 하면 주저없이 말할 수 있는 작품....
22년 여름에 처음 읽었고, 그 뒤 소장판 단행본까지 샀지만... 번번히 2회차 재독에 실패하며 1권만 대여섯번정도 읽고 나가떨어지곤 했었는데
마감을 앞둬서인가? 갑자기 신내림 부스터를 받아 열심히 읽고있다... 8권에 진입했으니 재독에 성공했다 봐도 되겠지...?
원래 코멘트 달 게 별로 없을듯해서 재독 감상글을 따로 작성할 필요를 못느꼈는데 아무래도 갠홈이 제일 쓰기 편하다보니 그냥 판 깔았음
소설 카테고리에 내가 젤 좋아하는 벨소 두작품이 나란히 존재하는게 좀 기쁜듯도 해

시간이 지나 디테일은 많이 잊었지만, 완결권과 외전까지 이미 완독한 상태로 핵심 스포일러는 전부 인지중. 독자를 고려한 감상글이 아니라 개인 회고&아카이빙 용도라 스포일러 쿠션이 따로 없어도 전체적으로 스포성을 띰.
몰뇌, 미완독자라면 이 글을 읽지 않으시길 바라요.... 스포에 감상해치지 않는 타입이라도, 잔차품은 기회가 되면 사전정보 없이 온전히 느껴줬으면 해서
무튼 타래로 꾸물꾸물 잇겠습니다
2025.11.08
1,2권은 발췌 참은? 것? 같은데 3권에서부터 못참았다
프리스트의 위트있는 문장이 좋아
그리고 캐릭터의 말이나 생각 서술이 아닌 행동, 태도로 드러나는 감정이 좋다
2025.11.08
지금 보니까 대구되는거같음
이런.... 숨길수없는 사랑이 드러나고 마는 순간들이.....
2025.11.08
재독하면서 놀랐던 부분....
완결외전까지 다 보고나니까 그냥 루린=커퀴, 린징헝=루비싱보고귀엽다고웃는 개끔찍살인머신 정도 이미지로 납작하게 굳어졌는데 다시보며 린징헝을 생생하게 느끼니까 진짜 츤데레 수준이 아니라 성격존나더럽고, 개나쁜놈이고 깡패새끼라서 너무 좋았음........;;;
2025.11.08
전개상 크게 중요한 문장은 아니고 초회독때 이미 같은내용으로 발췌도 했지만(형광펜도 이미지 파일도 남아있고 기억마저 남) 도저히 중복이미지 생성을 멈출 수 없었던 부분들
2025.11.08
열화에서도 황국장이 죽은 부인에 대해 서술하는 별거아닌 부분이 정말 좋았는데 차품도 이렇게
직접적으로 좋아한다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않고 캐릭터의 감정을 보여주는게 너무좋음....
2025.11.08
....
다시보면서도... 발췌를 참을수 없었던..................

잔차품은, 가장 아름다운 강남좌파 탄생기이다. by원고

그리고 이 쯔음부터.... 7,8권이 다가오고있음을 외면못하게되면서 슬슬 겁먹고 떨기시작함

스포일러 주의

2025.11.08
겉잡을수 없이 빨개짐
정치판은 점점 커지고 이 뒤 전개를 아는 나는 목이타고

....근데 저 신앙부분 진짜 좋았음 다시보니 정말 간질간질하고 웅장하더라......
2025.11.08
이 세상에, 사무치게 그리운 별이나 장소가 있나요?
어디를 떠돌아도 마지막에는 반드시 돌아가서 여생을 마치고 싶은….
당신이 일생에서 소중히 여기는 것이 있나요? 모든 것을 걸고서라도 지켜야 하는 것이 있나요?

7권의 즐거운 한때....떨어지기 직전 롤러코스터 최고점까지 올려주는 프따
2025.11.08
시작되는 중
도저히 무시할수없는 문장들과 불안의 전조
7권을 읽는게 힘이들었다 사정도 있었지만 중간에 나흘정도 쉰듯....ㅜㅜㅜ 7권절반은 그렇게 해피이벤트가 가득하고 내가좋아하는 양형제도 등장하는데도....

스포일러 주의

2025.11.08
암튼 이걸로 ~7권 읽은부분까지의 백업을 마쳤고 이제 8권을 달리며 최대한 바로바로 타래갱신을 하겠어요 할말도 무지많았고 반드시 이미지발췌할 필요없는부분도 있었는데 읽은데까지 순차적으로 백업해두고싶은 일종의 강박이 있어.......

아무튼... 시작된다..,..
2025.11.08
발췌1“우리 돌아왔어요!” 루비싱이 환호성을 질렀다. 그는 엄청난 소음 속에서 기지의 통신소를 향해 소리쳤다. “총장님, 저 보고 싶지 않으셨어요?”
린징헝의 마음속 무언가가 루비싱의 ‘돌아왔다’는 말에 살짝 흔들렸다.
그는 자신이 눈을 감으면 은하성 기지의 대표적인 건축물과 도킹 레일의 곡률, 그리고 도킹하는 찰나의 미세한 흔들림을 그려낼 수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지휘소에 가려고 기갑 이착륙 플랫폼의 로비를 나서면 자갈이 깔린 좁다란 길이 나온다. 잔루가 ‘도킹 성공’이라고 보고하는 순간, 신발 밑에서 그 조그마한 자갈이 느껴지는 듯했다.
문득 포연과 포화가 그에게서 모두 멀어졌다.
린징헝에게는 생경한 감각이었다.

장군 비싱라포밍당해 8며드는거... 있을곳을 찾게된거 너무 감동적이고 마음무겁다


발췌2“최고의 엔지니어는 중요 정보와 가까이 있어야 해요. 정보는 전달을 거칠 때마다 분량과 정확도가 조금씩 떨어지니까요. 당신의 백은3은 직접 전선에 나가지 않아도 됐나요?”
린징헝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백은3이 언제부터 널 편입했는데?”
이 사람은 억지를 쓰고, 늘 대화의 초점을 옮기고, 주제를 슬며시 바꿔버린다. 그래서 할 말이 없어진 루비싱은 그의 턱을 살짝 잡고 볼에 입을 맞추었다. 
“비켜. 수작 그만 부려.” 린징헝은 몸을 뒤로 젖혔다. “왜 나한테 말도 없이 멋대로 전선에 갔지?”
루비싱은 바보처럼 굴기로 했다. “네? 그때 투란 위대장이 정비 엔지니어팀을 급하게 호출했어요. 당신한테 말 안 했어요?… 앗, 그만그만그만, 눈썹은 왜 그렇게 찌푸려요? 나도 당신을 걱정할 수 있다고요. 전선에 뭐가 부족한지 내가 직접 이해하지 못하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고, 전투할 때 어떻게 적시에 지원을 보내고, 어떻게 당신을 지키겠어요?”
린징헝은 ‘지킨다’는 말을 듣자 심장을 찔린 것만 같았다. “네가 날 지킨다고?”

이걸 달콤하다고 해야할까 가부장꼰대마초라고 해야할까


발췌3당신도 당신이 억지를 부린다는 생각 안 들어요?”
린징헝은 무표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긴 해. 그런데 그게 뭐 어때서. 그걸 오늘 알았어?”

*

로봇의 머리 위로는 프리저브드 플라워에 둘러싸인 나무 팻말이 있었고, 이렇게 적혀 있었다. ‘린 장군과 엔지니어 001의 집’
강철처럼 오래가는 린 장군의 냉전 능력은 이 모습을 본 순간 무력화되었다.…(중략)…가슴 쪽에서 미리 녹음된 루비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집에 온 걸 환영해요.”

*

린징헝은 무의식적으로 숨을 참았다. 루비싱은 무슨 신경독이라도 지니고 있는 것 같았다. 그것은 예민한 입술을 따라 파고들더니 신경 계통으로 번져나가 순식간에 자신의 손과 발을 마비시켰다.
루비싱은 짓궂은 미소를 띠고 그를 바라보았다. “선심 한번 쓰시죠, 선생님. 공사다망하신 일정에서 하룻밤만 제게 내주실 수 있나요? 의료캡슐 진단서를 보니까, 저는 심각한 비타민 린징헝 결핍이라서 제때 보충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하다던데요.”   
린 장군은 하릴없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만큼 살아오는 동안에도 이런 수법은 본 적이 없었다. 효과적인 방어선을 구축할 겨를도 없이 참패하고 말았다. 그는 8성계에 꼭 ‘불법 애교 단속’을 위한 관리 조례가 필요하다고 뼈저리게 느꼈다. 
2025.11.08
발췌
2025.11.08
아 힘들어...


발췌“진정해요. 장군께서 미리 얘기하신 게 있어요. 길을 우회해서 역외 방향으로 돌아오겠다고요. 루 총, 그분이 직접 한 말이니까 마음 놓아요. 린징헝도 누가 걱정해 줘야 한다면 이 세상에 믿을 만한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겁니다.”

잔차품 8권 | Priest, 마훈 저

.....하 이거 앞에서 언급됐던거 생각나서 미칠거같아.....

얼떨떨해진 투란은 억지로 교실에 처박혀 처참하게 수업을 들은 느낌이었다. 루 선생이 자신의 엉망진창인 가치관을 부수고 다시 만든 것 같았다. 더러운 영혼이 완전히 씻겨 나간 듯했다. 결국 루비싱은 혼란에 휩싸인 투란을 보냈다. 그는 누가 줬는지 기억나지 않는 담배를 꺼냈다. 불은 붙였지만 입에 물지는 않았다. 피어오르는 연기에서 루비싱은 문득 외로움을 느꼈다. 린징헝에게서 온 고독이었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 린징헝은 하나의 휘장이자 상징이며, 까마득히 높은 곳에 세워진 전설과도 같았다. 그는 다른 인간과는 달라서 슬픔이나 기쁨도, 취미도 느낌도 없을 거라고 여겨진다.
그 선명하고도 묵직한 고독이 루비싱의 가슴을 내리눌렀다. 이 감각은 투란을 세뇌한 것만으로는 해소되지 않았다.

잔차품 4권 | Priest, 마훈 저


앞에 비슷한 부분 있었던거같은데 생각도 안나고 못찾겠다.....
온세상 사람들이 린징헝을 사람취급 안하고 두려워하는데 오직 루비싱만 그를 사람으로 대하고 걱정하고 사랑함.....
2025.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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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스포일러 기능 안쓰고싶어서 자꾸 토글을....
아 진짜힘들다....
8권빨리끝내고싶어억....
2025.11.08

정신병 직행열차 start

스포일러 주의

2025.11.08
발췌1지난 48시간 동안 발생한 사건은 그 하나하나가 루비싱에게 있어서 극도로 파괴적인 일들이었다. 정신이 완전히 망가져버린다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모든 일은 한꺼번에 일어났고, 그 결과 못이 거꾸로 박힌 침대에 똑바로 누운 것과 비슷한 현상이 일어났다. 오히려 힘이 고르게 작용해 잠시 동안은 조금도 다치지 않는 것이다.
잠시 동안… 그가 함부로 움직이지만 않으면, 깊이 생각하지만 않으면, 그래서 이 아슬아슬한 균형을 깨뜨리지만 않으면.

*
“미안해요.” 루비싱은 우르르 달려와 그를 부축하는 사람들에게 거의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도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어요….”
투란은 도저히 더 참지 못하고 통신을 끊었다.
이날부터, 제8성계의 기나긴 겨울이 시작되었다.


루비싱이 내 취향의 공에서 점점 벗어나게되는게 메타적으로 속쓰리긴 했다만 솔직히 말도안되는 재난에서 그정도로 버텨낸것도 대단한거야
하루아침에 아빠랑 친구랑 반려를 다 잃었는데 지금이순간부터 내가 가장이란다.... 초회독때부터 그렇긴 했지만 다시 읽자니 정말 너무한 비극이라... 가슴아프고....
루비싱정도로 선하고 단단한 인간이었기에 이걸 겪고도 다시 일어설수 있었겠다는게 느껴져서 오히려 처음보다 캐 애정도가 오르는 느낌.......

발췌2투란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다 같이 한꺼번에 내팽개치자고 미리 상의라도 하신 겁니까? 이건 아니죠, 총장님. 루비싱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을 거예요. 당신들은 그를 너무 몰아붙이고 있다고요.”

*

“비싱.” 총장은 그를 불러세우고 어렵게 입을 떼었다. “어떤… 어떤 일들은 말일세. 사람의 힘으로는 되돌리지 못한다네.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지.”
루비싱의 귀는 듣기 싫은 말을 자동으로 거르는 것 같았다. 그는 귀가 막힌 것처럼 총장의 말을 못 들은 척하며 나가버렸다. 걸음에는 머뭇거리는 기색조차 없었다.
2025.11.08
이부분...초회독때 어땠는지 기억은 잘 안나지만... 울진 않았던거같은데 다시보니 울컥함 너무 감동이고..... 진짜로 눈물나....
루비싱이라는 인간이 너무 대견하고 고맙다.... ...나 비싱 좋아...하네.....?

스포일러 주의

2025.11.09
지옥같은 8권 끝....
기억상으론 9권까지도 상당히 지옥이었던거같다만...........
생각보다 버틸만했음 단순히 루린 둘만의 연애담이 아니어서인가....

스포일러 주의

2025.11.09
자정넘어 9권펼쳤다가 새벽세시반까지 60퍼읽어버렸고 9권 이거라서 뭘 발췌해야할지 무슨코멘트를 달아야할지도 모르겠음 프리스트는 신이다
2025.11.09
3년전의 나와 마주하는 시간....
좋은 문장도 구절도 페이지도 너무많고 그냥 통째로 소중해서 9권통째로 떼 걸어놔야해
생각만큼 괴롭지는 않고 엄청나게 로맨틱하다... 그리고 가슴아파..... 루비싱도 린징헝도 사람이고 사람이기에 괴로워하고 변하기도하고.... 캐릭터 각각이 살아있으니까 양쪽 다 이해가고 그렇다
누구의 잘못도 아닌데 어떻게도 할 수 없는 일이란 너무 슬픈듯

초회독때 8-9권 루비싱을 흑화라고 생각했고 공미가 줄어들었다고 슬퍼했는데 뭐 아예 아니라곤 할수없지만(노련해짐, 존대관둠 등) 그렇게 세메성손상이라 보기도 힘들어서 3년이란 시간도 꽤 길다는 체감을 했다

스포일러 주의

2025.11.09
발췌1그는 잠깐 머뭇거리다가 오랜 과거를 서툴게 떠올리며 내키는 대로 실없는 말을 해대던 느낌을 되찾아보려 했다. “당신이 찬물을 줘도 나한테 오면 저절로 꿀이 될 테니까. 난….”

루비싱은 그를 바라보다가 순간 말문이 막혔다. 한번 말이 끊기자 바늘방석에 앉은 듯한 어색함이 감돌았다. 린징헝은 흔들림 없는 시선으로 그의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우주의 전장에서 복잡한 전황을 수도 없이 풀었던 것과 같은, 인내와 집념이 담긴 시선이었다.

루비싱은 그런 시선을 감당하기가 어려워 엉겁결에 눈을 피했다.

“어떻게 말해야 할지 생각이 안 나?” 루비싱이 앉아 있는 곳보다 몇 계단 아래에 서 있던 린징헝이 살짝 허리를 숙였다. “내가 가르쳐주지. 네 재수 없는 파트너가 어느 날 갑자기 그러고 싶어서 먹기 힘든 음식을 손수 만들더니 억지로 너한테 먹였어. 그러더니 맛이 어떠냐고 자꾸 물어봐. 예전의 너였다면 보통 이렇게 했겠지—”

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물 탄 우유’를 머금더니 루비싱을 끌어당겨 그의 입에 직접 넣어주었다. 루비싱은 눈을 크게 떴고 동공이 순식간에 수축했다. 그는 방심한 사이 밀크티를 삼키고 말았다.

린징헝은 손으로 그의 입가를 닦았다. “그다음에는 이렇게 말해. ‘맛이 어떤지 당신이 한번 먹어봐.’ 알겠어?”


발췌2“울란학원 우수 졸업생은 좋은 부모님부터 만나야 한다고 그러지 않나요? 저희 부모님은 그런 힘이 없어요. 하지만 저는 제8성계에서 가장 좋은 학교를 다녔어요.”

토마스가 궁금해 하며 물었다. “제8성계에서 가장 좋은 학교가 어딘데?”

“성해학원이요.” 화이트가 가슴을 한껏 폈다. “교장직은 루 총장님이 맡으셨어요. 첫 실험실 시스템은 잔루였고, 첫 이사는 린 장군님이었죠.”

스포일러 주의

2025.11.09
9권은 진짜 전설이다.....
권당 평균 형광펜개수 20개 미만이던시절의 내가 초회독때 형광펜 62개 그어둔 10권이 두렵다(+)

스포일러 주의

2025.11.09
좋아했던 그 사람을 돌려줄 수 없다는게 왤케 좋은지 모르겠음 캐릭터의 숨결이 느껴지는 동시에 인간과 삶에 대한 고찰이라 이런 내용과 대사를 문학에서 만날 수 있다는게 행복해
2025.11.09
발췌“그럼, 우리 이제 하든과 도청기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

*

“마취제라.” 루비싱은 가볍게 숨을 터트리고는 린징헝의 손을 가만히 끌어당겨 그를 자신의 품으로 이끌었다. 그의 손이 린징헝의 척추를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마치 그 비 오는 날 밤에 소년이 입은 상처를 찾는 듯했다. 그가 입을 떼었다. “여기, 아직 아플 텐데. 그렇지? 마취제를 잘못 사용하면 후유증이 평생 따라다녀. 나도 알아. 나도 그렇거든.”

린징헝은 일순 멍해졌다. 하지만 이내 정신이 들었다. 루비싱이 손가락으로 누른 곳에, 칼에 찔리는 듯한 날카로운 통증이 해일처럼 덮쳤다. 이 고통에 린징헝은 등을 굽힐 뻔했다.

*

두 사람은 서로의 발자취를 쫓아 커다란 원을 그리며 걸었다. 그리고 다시 만나 얼굴을 마주 보았다. 상대의 몸에 묻은 고된 여정의 먼지와 상흔은, 마치 어디선가 서로를 만난 적이 있는 것처럼 익숙했다.

*

백은십위는 자유 선언에 충성하지만, 우리가 보기에 자유 선언의 줄기는 이미 말라 죽었어. 오직 제8성계에만 씨앗이 숨겨져 있지. 네가 몇 번을 흔들렸는지는 몰라. 하지만 이 씨앗은 네 손에서 싹을 틔웠고, 자라나고 있어. 백은십위가 아무런 이견 없이 제8성계 수비군에 편입된 것도 내 명령에 억지로 복종한 게 아니야. 제8성계… 그리고 너한테 끌린 거야. 알겠어?

*

“넌 안 그럴 거야.” 린징헝은 숨을 내쉬었다. “총장, 우린 네 인품을 믿고 제8성계에 남기로 했어. 만약 정말로 어쩔 수 없는 날이 온다고 해도, 우리는 네가 무의미한 죽음을 막을 거라고 믿는다. 네 곁을 선택했어. 너라면 모두를 더 나은 결말로 데려갈 수 있을지 모르니까.”

*

린징헝은 평생 한결같이 단호하게 결단을 내렸다. 모든 일을 혼자서 처리했으며 누군가와 상의하는 법이 없었다. 감정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일방적으로 총애했고 일방적으로 사랑했다.

그는 생애 처음으로 내려다보는 태도를 버리고 높은 무대에서 내려와, 다른 이에게 ‘우리는 너를 믿는다’고 말했다.

이는 늑대의 왕이 최고의 예우를 갖추어 머리를 숙이고 경의를 표하는 모습 같았다.

루비싱은 순간 호흡마저 잊었다. 심장은 곧 과부하가 걸릴 정도로 뛰고 있었다. 그는 조금 버벅거리며 말했다. “나를 믿는다고?”

“아니면? 단순히 내가 널 좋아해서 이러는 거겠어?” 린징헝이 말했다. “그래서였다면 진작에 그냥 널 묶어서 내 눈앞에 두고 지켜보면 됐지. 괜히 밖에 나가서 사고 치고 다니지 않게… 윽….”

*

굉음을 내며 떨어진 무거운 신뢰와 책임이 루비싱의 어깨를 짓눌렀다. 그러나 숨이 막혀 오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것들은 견고한 갑옷처럼 상처투성이인 몸을 떠받쳤고, 그에게 무엇과도 비할 수 없는 보호막을 주었다.

그는 곧 땅에 무릎을 꿇고 말 기사 같았다. 그러나 지금, 다시 검을 들어 올릴 용기가 생겨났다.


이 부분은 다시 보니까 더 좋네... 초회독보다 말도안되게 감동적이네...
어쩌면 첫 순간의 감상을 잊어버린것 뿐일지도 모르지만 잊었기에 이만큼 감동할 수 있는거라면 망각은 축복인거야

스포일러 주의

2025.11.09
아 열심히 보다 넥타이 사건에 집중력 흐트러짐